'이것 좀 부탁해도 될까요?'가 한두 번이면 도와줄 수 있어요. 그런데 어느새 그 사람 몫의 일이 내 책상 위에 자연스럽게 쌓여 있고, 거절하면 내가 야박한 사람이 되는 분위기가 되죠. 참자니 억울하고 말하자니 관계가 어색해질까 봐, 오늘도 그냥 받아들고 야근을 해요. 그런데 넘기는 쪽의 속사정도 결에 따라 꽤 달라서, 이유를 알면 선을 긋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어요.
새로 벌인 일에 마음이 가 있어서, 이미 자란 가지 쪽 일이 손에서 놓이는 경우예요. 떠넘긴다기보다 새순이 돋는 방향으로 몸이 기울어 있는 것에 가깝죠. 그래서 본인은 넘겼다는 자각이 옅기 쉬워요. '새 일을 벌이기 전에 기존 일 정리를 먼저 하자'고 순서를 함께 정해보세요. 경계가 생기면 달라져요.
그 순간의 열기로 '이거 해줄 수 있어요?'를 가볍게 던지는 경우가 많아요. 빛이 사방으로 퍼지듯 일도 무게를 재지 않고 퍼뜨리는 거라, 악의보다 즉흥에 가깝죠. 그 자리에서 밝은 온도 그대로 '지금 제 일이 이만큼이라 어려워요'라고 되돌려보세요. 담아두지 않고 바로 말하는 게 이 결에는 잘 통해요.
자기 기준에서는 '여기까지가 내 담당'이라는 선을 그은 것이기 쉬워요. 지층의 경계처럼 담당 범위를 나누는 감각이 확고해서, 그 선 밖의 일을 넘기는 게 이 결에게는 떠넘김이 아니라 정리인 거죠. 감정으로 다투기보다 업무 분장을 문서로 함께 확정해두는 쪽이 나아요. 합의된 경계는 이 결이 가장 잘 지켜요.
목표까지의 최단 경로만 보다 보니, 경로 밖의 일을 잘라서 넘기는 경우예요. 칼로 나누듯 일을 분배하는 게 이 결에게는 효율이지 미안한 일이 아니죠. 다행인 건, 직진으로 말해도 관계가 상하지 않는 결이라는 거예요. '이건 제 몫이 아니에요'라고 짧고 분명하게 말해보세요. 오히려 존중이 생겨요.
전체 판을 읽고 '이 일은 저 사람이 낫다'고 조용히 흘려보낸 것일 수 있어요. 물이 낮은 곳을 찾아 흐르듯 일이 갈 곳을 정한 건데, 그 판단의 설명이 생략되니 떠넘김으로 보이는 거죠. '왜 저라고 생각하셨어요?'라고 이유를 물어보세요. 깊은 데서 나온 근거가 있다면 듣고, 없다면 그때 선을 그으면 돼요.
같은 부탁도 결에 따라 즉흥일 수도, 정리일 수도, 판단일 수도 있어요. 이유를 알면 억울함을 쌓는 대신 그 결에 맞는 방식으로 선을 그을 수 있죠. 동료의 생년월일을 안다면 DECA에서 어떤 결을 타고났는지 확인해볼 수 있어요. 결을 알면 거절의 말도 고르기 쉬워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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