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이렇게 하자고 했는데, 후배는 또 자기 방식대로 해놨어요. 몇 번을 말해도 그때뿐이고, 어떨 땐 대답만 하고 넘어가는 것 같아 힘이 빠져요. 나를 무시하나 싶다가도, 일부러 그러는 것 같지는 않아 더 답답하죠. 화를 내자니 관계가 어색해질 것 같고, 그냥 두자니 일이 어긋나요. 그런데 '말을 안 듣는' 행동의 속뜻은 후배가 타고난 결에 따라 꽤 달라요.
후배가 성장형이라면, 시키는 대로만 하면 자라는 느낌이 없어서 자꾸 자기 방식을 시도하는 걸 수 있어요. 나무는 지지대가 세워진 쪽이 아니라 해가 드는 쪽으로 가지를 뻗거든요. 왜 이렇게 하는지 이유를 먼저 설명하고 작은 재량의 여지를 남겨주세요. 억지로 끌지 않아도 스스로 방향을 맞춰오는 모습을 보게 되기 쉬워요.
표현형이라면 지시 내용보다 지시받는 방식에 반응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 잘한 것은 그냥 지나가고 지적만 쌓이면, 불꽃은 눈에 띄게 사그라들어요. 고칠 점을 말하기 전에 잘하고 있는 점을 한 번 비춰주세요. 자기를 봐주는 사람 앞에서 표현형은 놀랄 만큼 밝게 타오르고, 같은 말도 훨씬 부드럽게 스며들어요.
안정형이라면 안 듣는 게 아니라 천천히 받아들이는 중일 가능성이 있어요. 땅이 하루아침에 모양을 바꾸지 않듯, 갑작스러운 방식 변경 앞에서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거든요. 바뀌는 이유와 순서를 미리 알려주고 익힐 여유를 주면, 한번 자리 잡은 뒤로는 누구보다 단단하게 그 일을 받쳐주는 사람이 되곤 해요.
추진형이라면 납득되지 않는 지시를 비효율로 느껴 자기 판단으로 직진했기 쉬워요. 강철은 어중간하게 구부러지느니 부딪히는 쪽을 택하는 성질이 있으니까요. 지시를 잘게 쪼개 하나하나 챙기기보다, 결과 기준만 명확히 합의하고 방법은 맡겨보세요. 생각보다 정확하게 벼려진 결과를 들고 돌아오곤 해요.
지혜형이라면 겉으로는 수긍해도 속으로는 다른 흐름을 보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물은 막힌 곳을 만나면 소리 내지 않고 돌아가는 길을 찾는 법이라, 반대 의견이 있어도 잘 드러내지 않죠. 묻기 전에는 먼저 말하지 않는 편이니, 네 생각은 어떠냐고 물어봐 주세요. 뜻밖에 깊이 고민한 답이 돌아올 거예요.
후배를 바꾸려 하기보다, 후배가 무엇에 움직이는 사람인지부터 보는 게 지름길이 될 때가 많아요. 같은 지시도 결에 맞게 전달 방식을 조금 바꾸면 반응부터 달라져요. 후배의 생년월일을 알고 있다면 어떤 결을 타고났는지 확인해보세요. 다가가는 문이 어디에 있는지 보이기 시작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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