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스테이블코인은 1코인=1달러처럼 가치를 법정화폐에 고정하도록 설계된 코인이에요. 발행사가 준비금을 쌓아 언제든 바꿔주겠다는 약속으로 가격을 지탱하죠. 핵심 질문은 늘 하나예요 — "그 약속 뒤에 진짜 돈이 있는가." 2022년 테라 사태가 그 질문의 무게를 보여줬고, 지금은 각국이 법으로 그 약속을 검증하는 단계예요.
코인인데 가격이 안 움직인다?
비트코인의 문제는 역설적이에요. 화폐가 되고 싶은데 가격이 너무 출렁여서 화폐로 쓰기 어렵죠. 오늘 1만원어치 커피가 내일 9천원어치가 되는 돈으로는 월급도 계약도 못 하니까요. 그래서 나온 발상이 스테이블코인이에요 — 블록체인 위에서 움직이되, 가치는 달러 같은 법정화폐에 1:1로 고정(페깅)하도록 설계한 코인. 국경 없는 송금과 24시간 결제라는 코인의 장점에, 법정화폐의 안정성을 결합하려는 시도예요. 현재 세계 스테이블코인의 대부분은 달러에 고정돼 있고, 테더(USDT)와 USDC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어요.
1달러를 지탱하는 두 가지 방법
"어떻게 1달러에 고정하느냐"가 이 산업의 전부예요.
준비금 방식 — 발행사가 코인 발행량만큼 실제 달러·미국 단기국채를 쌓아두고, 누구든 1코인을 가져오면 1달러로 바꿔줘요. USDT·USDC가 이 방식이에요. 신뢰의 근거는 "준비금이 진짜 있는가"라서, 준비금 내역 공시와 감사가 늘 논쟁거리예요
알고리즘 방식 — 실물 준비금 없이, 다른 코인과의 교환 알고리즘으로 가격을 유지하려는 설계예요. 수요가 늘면 찍고 줄면 태우는 식이죠
이 둘의 차이가 왜 중요하냐면 — 2022년 붕괴한 테라(UST)가 바로 알고리즘 방식이었기 때문이에요
참고로 준비금 방식도 만능은 아니에요.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이 무너졌을 때, USDC는 준비금 일부가 그 은행에 묶여 있다는 사실만으로 며칠간 1달러 아래로 미끄러졌어요(디페깅). 약속의 신뢰는 준비금을 어디에 두는가에까지 걸려 있는 거죠
2022년 5월, 한국인 개발자가 만든 테라(UST)는 시가총액 수십조원 규모의 세계 3위권 스테이블코인이었어요. 알고리즘 방식인 데다, 맡기면 연 20%를 주는 예치 서비스로 돈을 끌어모았죠. 그런데 대량 인출이 시작되자 알고리즘이 가격을 방어하지 못했고, UST와 자매 코인 루나는 일주일 만에 사실상 0원이 됐어요. 전 세계에서 수십만 명이 피해를 봤고, 국내 투자자 피해도 컸어요. 이 사건이 남긴 교훈은 두 개예요. 첫째, "안정"이라는 이름은 설계가 아니라 준비금이 증명해야 한다. 둘째, 위험 대비 이상하게 높은 이자는 그 자체가 경고 신호다. 이후 각국 규제가 급물살을 탄 것도, 알고리즘 방식이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은 것도 이 사건 때문이에요.
제도권으로: 미국의 법제화, 한국의 논의
지금 이 산업의 무대는 기술에서 법으로 옮겨왔어요.
미국 — 2025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준비금 100% 보유·공시 의무를 지우는 연방법이 만들어지며 "규제받는 디지털 달러"로 제도권에 들어섰어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단기국채의 큰손 매수자가 되면서, 달러 패권의 새 도구라는 해석도 나와요
한국 — 가상자산 2단계 입법(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율이 핵심 쟁점이에요. 국회 논의가 지연돼 왔지만, 방향은 준비금 100% 이상·발행사 인가·이용자 우선 변제 쪽으로 모이고 있어요
원화 스테이블코인 — 은행권 컨소시엄 중심의 발행 모델이 추진되고 있어요. "예금처럼 안전한 원화 코인"을 은행이 만들 것인가, 핀테크에도 열 것인가가 논쟁의 축이에요
이자 지급 금지 — 스테이블코인에 이자를 얹으면 사실상 예금·증권과 같아져서, 보유자 이자 지급은 금지하는 방향이 국제 표준이 되고 있어요
입법·인가 기준은 계속 움직이는 영역이니, 현황은 금융위원회·국회 공식 발표를 기준으로 확인하세요
이 산업을 읽는 렌즈
스테이블코인 뉴스를 볼 때 유용한 질문 세 개를 남겨둘게요. ① 준비금은 무엇으로, 어디에, 얼마나 있고 누가 검증하는가 — 이 답이 불투명한 코인은 이름이 무엇이든 "스테이블"이 아니에요. ② 이 코인의 수익모델은 무엇인가 — 발행사는 준비금(주로 단기국채)의 이자로 돈을 벌어요. 그래서 금리가 이 산업의 실적을 좌우하죠. ③ 누가 발행 자격을 갖는가 — 은행만 허용되면 기존 금융의 연장이 되고, 넓게 열리면 결제 산업의 판이 바뀌어요. 기술 이야기 같지만, 본질은 "돈을 발행할 권리를 누구에게 줄 것인가"라는 아주 오래된 질문이에요 — 자산의 역사에서 다뤘던 화폐의 역사가, 블록체인 위에서 한 번 더 반복되고 있는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