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사이 원자력의 위상이 급반전했어요. 후쿠시마 이후 세계적 탈원전 흐름이 있었는데, 두 개의 파도가 방향을 바꿨죠. 하나는 탄소중립 — 태양광·풍력은 날씨를 타서, 24시간 안정적으로 나오는 무탄소 전원이 필요해졌어요. 다른 하나는 AI예요.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앞서 다뤘던 전력 병목, 그 이야기예요),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 같은 빅테크가 데이터센터 옆에 둘 전원으로 원자력을 직접 계약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대형 원전은 한 기에 10년 넘게 걸리고 수십조원이 들어요. 그 간극에서 나온 대안이 SMR이에요.
SMR(Small Modular Reactor)의 핵심은 크기보다 만드는 방식이에요. 기존 대형 원전은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건설 프로젝트예요 — 현장에서 수년간 짓다 보니 일정 지연과 비용 초과가 공식처럼 따라붙었죠. SMR은 발전 용량을 300MW 이하(대형의 5분의 1 이하)로 줄이는 대신, 원자로를 공장에서 표준화된 모듈로 제작해 현장으로 옮겨 조립해요. 배를 만들듯, 비행기를 만들듯 찍어내겠다는 거예요. 작아지면 안전 설계도 달라져요 — 원자로가 작을수록 식혀야 할 열이 적어서, 전원이 끊겨도 자연 대류만으로 식는 피동 안전 설계가 쉬워지죠. 냉각수가 필요한 바닷가가 아니라 내륙, 산업단지, 데이터센터 옆까지 입지가 넓어지는 이유예요.
지금 이 산업이 어디까지 왔는지가 중요해요.
한국은 대형 원전을 예산·일정 안에 지어온 몇 안 되는 나라라는 강점을 갖고 있어요. 그 시공·기자재 생태계를 SMR로 확장하려는 국가 프로젝트가 혁신형 SMR(i-SMR)이에요. 170MW급 모듈 설계로, 2026년 초 표준설계인가를 신청해 2028년 인가 획득이 목표이고,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2035년경 국내 첫 SMR 가동이 반영돼 있어요. 함께 봐둘 갈래도 있어요 — 국내 기업들은 뉴스케일 등 해외 SMR 프로젝트에 지분 투자·기자재 공급으로 참여하고 있고, 조선업계는 선박·해상 원자력이라는 응용도 연구 중이에요. 다만 국내 상업 가동까지는 인허가·부지·수용성이라는 원자력 특유의 관문들이 남아 있어서, 10년 단위의 호흡으로 봐야 하는 산업이에요.
SMR 뉴스에 유용한 질문 세 개예요. ① 지금 어느 단계인가 — 설계인증, 건설 인허가, 착공, 상업 운전은 전혀 다른 단계이고, 각 단계 사이에 몇 년씩 걸려요. ② 전기를 살 고객이 정해졌는가 — 데이터센터든 전력회사든, 장기 구매 계약이 있어야 프로젝트가 굴러가요. 뉴스케일 유타 취소도 결국 고객 확보 실패였죠. ③ 단가는 내려가고 있는가 — "n번째 기가 첫 기보다 싸졌는가"가 모듈 양산 가설의 진짜 성적표예요. 원자력은 국가 정책·규제와 떼놓을 수 없는 산업이라, 기술 기사와 정책 기사를 함께 읽어야 절반씩이 아니라 전체가 보여요.
출처·참고: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업계 동향 종합(2026.7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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