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사내 게시판이 조용히 뒤집히는 날이 있어요. 인사 공지, 발탁 소식, 그 안의 익숙한 이름. 동기였죠. 모니터 앞에서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하던 일로 돌아왔는데 이상하게 같은 문서를 몇 번씩 다시 읽고 있어요. 부러움보다 먼저 오는 건 초조함이에요. '나는 지금 어디쯤이지'라는 질문이 켜지고, 어제까지 잘 걸어온 길이 갑자기 느린 길처럼 보여요. 추진형이 비교 앞에서 가장 세게 부딪히는 대목이 여기예요. 이 마음은 남을 미워하는 쪽이 아니라 나를 몰아세우는 쪽으로 움직여요. 그날 오후 내내 계획을 다시 짜고, 퇴근을 미루는 식으로요. 잘 벼려진 칼일수록 제일 먼저 베는 건 자기 자신이에요.
앞만 보고 달리는 결은, 시야의 한가운데에 늘 '앞서 있는 사람'이 들어와요. 옆길의 풍경이나 뒤에 오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죠. 그래서 추진형의 비교는 성격의 결함이 아니라 시선의 방향이에요. 다만 하나 기억할 게 있어요. 벼려진 칼은 다른 칼과 겨루기 위해 벼려진 게 아니라, 자기 앞에 놓인 것을 열기 위해 벼려졌어요. 남의 날이 얼마나 빛나는지는 내 날이 얼마나 잘 드는지와 아무 상관이 없어요. 각자 열어야 할 문이 다르니까요.
조급함이 올라오는 날엔, 남의 도착지 대신 내 하루를 봐도 돼요. 이 하루의 끝에서 하나만, 잠들기 전에 오늘 내가 연 문을 하나 떠올려봐도 돼요. 미뤄둔 연락을 한 것, 어려운 말을 먼저 꺼낸 것, 안 풀리던 일의 실마리를 잡은 것. 남들 눈에는 작아 보여도, 정면으로 부딪혀야 열리는 문이었다면 그건 이 에너지만 열 수 있는 문이에요. 순위표에는 적히지 않지만 내 길에는 분명히 남는 기록이죠. 속도를 재는 대신 방향을 확인하는 날이, 하루쯤 있어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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