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약속 없는 일요일 오후인데, 소파에 누운 지 삼십 분 만에 몸이 근질거려요. 밀린 정리를 시작하거나, 운동을 가거나, 하다못해 '읽어야 할 책'을 폅니다. 쉬긴 쉬는데, 쉬는 것마저 잘 해내려는 거죠. 하루가 끝나고 돌아보면 분명 쉬었는데 쉰 것 같지 않고, 오히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하루 같아서 마음이 가라앉아요. 추진형에게 혼자의 시간은 종종 휴식이 아니라, '성과 없는 시간'이라는 이름의 불편함이 돼요.
늘 무언가를 향해 있던 에너지는, 향할 곳이 없어지면 그 상태를 멈춤이 아니라 고장으로 읽어요. 그래서 쉬는 게 어려운 거예요. 게을러서가 아니라, 목표 없는 시간이라는 걸 다뤄본 적이 별로 없는 결이라서요. 그런데 칼집은 칼을 가두는 곳이 아니라, 날을 지키는 곳이에요. 칼집에 든 칼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라, 다음에 열어야 할 문을 위해 날을 지키는 중이죠. 혼자의 시간도 그래요. 이룬 게 없어 보여도, 이 에너지의 단단함은 거기서 회복돼요.
쉬는 법을 통째로 바꾸지 않아도 돼요. 계획적인 휴식이 편하다면 그것도 이 에너지다운 쉼이에요. 다만 오늘 하나만, 아무 목표가 없는 삼십 분을 하루 안에 둬봐도 돼요. 더 나아지기 위한 산책 말고 그냥 걷는 산책, 완독하지 않아도 되는 책, 정리하지 않고 흘려보내는 생각. 그 삼십 분은 기록에 남지 않지만, 사라지는 시간이 아니라 날이 돌아오는 시간이에요. 이루지 않아도 줄어들지 않는 시간이 있다는 걸, 몸이 천천히 배워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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