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끄고 누워서, 잠들기 전에 피드를 조금만 보려던 밤이에요. 엄지로 화면을 넘길 때마다 남들의 성취가 지나가요. 수상 소식, 완주 기록, 새 명함. 액정 불빛만 얼굴에 어른거리는 어두운 방에서, 그것들은 수면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또렷해요. 지혜형은 남을 잘 보는 사람이라 비교의 재료도 남들보다 많아요. 그 사진 뒤에 있는 노력과 사정, 편집된 각도까지 읽어 버리니까, 깎아내리는 걸로 위안을 삼지도 못하죠. 정확하게 보는 눈이 정확하게 아픈 새벽이에요. 이상하죠. 남의 것은 전부 또렷한데, 물속처럼 깊이 쌓아 온 내 것만 그 밤엔 유독 흐릿해 보여요.
강의 넓이는 다리 위에서도 보여요. 하지만 깊이는 들어가 본 사람만 알아요. 지혜형이 쌓아 온 것들이 그래요. 사람을 헤아리는 눈, 쉽게 흔들리지 않는 판단,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가라앉히는 힘. 전부 수면 아래에 있는 것들이라 사진으로도, 소식으로도 전해지지 않아요. 비교는 늘 수면 위에 떠 있는 것들끼리만 이루어지니까, 그 자리에서 지혜형은 자주 빈손처럼 보이죠. 뒤처진 게 아니라, 재는 자가 당신의 깊이 쪽으로는 한 번도 내려와 본 적이 없는 것일지도 몰라요.
고여 있다는 느낌이 드는 날은, 흐름의 방향을 잠깐 확인해 봐도 좋아요. 작년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무엇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는지. 그건 단톡방에 올릴 수는 없지만 분명히 흐른 거리예요. 남의 물살을 오래 들여다본 날일수록 내 수면은 흔들리기 쉬워요. 그러니 하루의 끝에 하나만, 남의 속도가 흘러가는 화면을 조금 일찍 닫아도 돼요. 그리고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깊이 하나를, 당신만 아는 자리에서 조용히 인정해 줘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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