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 침대에 누워 생각해요. 오늘 한 일이라곤 밥 먹고 누워 있던 것뿐인데 왜 이렇게 피곤하지. 달력은 비어 있었지만 마음은 하루 종일 열려 있었어요. 지난주에 했던 말을 다시 꺼내 보고, 다음 주에 올 일을 미리 헤아리고, 스쳐 간 사람의 표정을 몇 번이고 되돌려 봤죠. 몸은 쉬는 자세였는데 마음은 계속 근무 중이었던 거예요. 지혜형의 피로는 이렇게 와요. 움직여서가 아니라, 받아들이고 헤아리느라. 퇴근이 없는 근무라서 끝난 줄도 모른 채 이어지고, 그래서 남들 눈에도, 자기 눈에도 잘 보이지 않아요.
얕은 개울은 소리가 커요. 돌 하나에도 물살이 요란하죠. 깊은 강은 반대예요. 수면은 잔잔한데 그 아래로는 하루치의 물이 쉬지 않고 흐르고 있어요. 지혜형의 결이 그래요. 무엇이든 일단 받아들이고, 가라앉히고, 밑바닥까지 헤아려 보는 방식으로 작동해요. 그 일은 소리가 나지 않아서 아무도 일이라고 불러 주지 않지만, 분명히 힘이 드는 일이에요. 티 나지 않는 피로는 게으름의 증거가 아니라, 깊이 일하는 사람에게만 생기는 종류의 피로일지도 몰라요. 조용하다고 해서 멈춰 있던 게 아니에요.
생각을 끝까지 밀고 가는 것만 일이 아니에요. 끝나지 않은 생각을 끝나지 않은 채로 두는 것도, 지혜형에게는 연습이 필요한 일이죠. 오늘 밤 머릿속에서 다시 열리려는 회의가 있다면, 안건 하나쯤은 내일로 미뤄도 돼요. 답이 나오지 않은 질문을 굳이 오늘 닫지 않아도 되고요. 물은 흐르다 만 적이 없어요. 오늘 내려놓은 생각도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당신 안 어딘가에서 천천히 가라앉는 중인지도 몰라요. 오늘만큼은, 생각 하나를 미결로 남겨 둔 채 잠들어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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