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잠든 새벽, 드디어 혼자예요. 하루 종일 기다린 시간인데 이상하죠. 몸을 눕혀도 머릿속에서는 낮의 장면들이 다시 재생돼요. 아까 그 말은 그렇게 안 했어야 했나, 내일 그 일은 어떻게 풀어야 하나. 혼자가 되면 쉬어질 줄 알았는데, 혼자가 되니 오히려 미뤄 둔 생각들이 줄을 서 있어요. 지혜형의 혼자는 이래서 어려워요. 사람들에게서는 벗어났지만, 하루 종일 받아 둔 말과 표정과 기척에게서는 아직 벗어나지 못했으니까요. 방은 조용한데 마음만 늦게까지 깨어 있는 거죠.
흐려진 물을 맑게 하는 방법은 하나뿐이에요. 젓기를 멈추고 가만히 두는 것. 거르는 것도 짜내는 것도 아니고, 그냥 두는 거예요. 그러면 물이 스스로 가라앉혀요. 지혜형에게 혼자의 시간이 꼭 필요한 이유가 이거예요. 하루 동안 받아들인 것들이 바닥으로 내려앉을 시간이 있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그 시간에조차 생각으로 계속 저으면, 가라앉을 것들이 계속 떠 있게 되죠. 혼자 있어도 쉬어지지 않았던 건 혼자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수면이 아직 저어지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새벽의 혼자를 죄책감 없이 가져도 돼요. 그 시간에 무언가를 정리하거나 내일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고, 오늘을 복기하지 않아도 돼요. 결론 없이 흘러가는 혼자, 아무것도 만들어 내지 않는 혼자도 쉼으로 쳐 줘도 되고요. 생각이 자꾸 떠오르면 억지로 가라앉히려 하지 말고 그냥 떠 있게 두세요. 가라앉히는 건 원래 물이 알아서 하는 일이니까요. 당신은 젓던 손을 멈추기만 하면 돼요. 이 하루의 끝에서 하나만, 아무것도 헤아리지 않는 십 분을 당신에게 허락해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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