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자리에서 어색한 침묵이 흐르면 먼저 말을 꺼내고, 표정이 어두운 사람이 보이면 슬쩍 농담을 건네요. 다들 '오늘 재밌었다'며 헤어졌는데, 돌아오는 지하철에서는 이상하게 말수가 줄어요. 현관문을 닫는 순간 스위치가 내려가듯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고요. 분명 즐거운 자리였는데 왜 이렇게 헛헛한지, 내가 이상한 건가 싶은 밤이 있어요. 즐거움과 소모가 같은 자리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사람의 피로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서, 본인조차 뒤늦게 알아차려요.
그건 체력이 약해서도, 사회성이 과해서도 아니에요. 표현형은 주변의 온도가 내려가면 저절로 자기 밝기를 올리는 결을 타고났어요. 촛불이 방을 밝히는 동안 심지가 조금씩 짧아지듯, 분위기를 지키는 일에는 언제나 자기 몫의 연료가 들어가요. 문제는 이 소모가 티가 나지 않는다는 거예요. 밝게 타고 있는 동안에는 스스로도 줄어드는 걸 못 느끼니까요. 다 쓰고 나서야 켜져 있던 시간이 길었다는 걸 알게 되죠. 그러니 방전은 게으름이 아니라, 오래 켜져 있던 빛이 보내는 정직한 신호일지도 몰라요.
모든 자리를 밝히지 않아도 돼요. 이 하루의 끝에서 하나만, 분위기가 가라앉아도 그냥 두는 연습을 해봐도 돼요. 침묵이 흘러도 메꾸지 않고, 누가 시무룩해 보여도 잠시 지켜보기만 하는 것. 그 몇 분 동안에도 자리가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는 것만으로, 켜짐과 꺼짐 사이에 내 자리가 하나 생겨요. 밝히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는 관계가 있다는 걸 아는 것도, 표현형에게는 쉼의 한 형태예요. 불을 줄이는 건 빛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심지를 아끼는 일이에요. 내일도 밝고 싶다면, 오늘은 조금 어두워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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