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이든 이별이든, 갈림길이 생기면 가까운 사람들에게 한 명씩 물어보게 돼요. 저녁 내내 통화를 하고 나면 답이 모일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모르겠어요. 사실 결정을 부탁한 게 아니라, 어느 쪽을 골라도 내 곁의 표정들이 상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받고 싶었던 건지도 몰라요. 눈을 감으면 선택지보다 사람들 얼굴이 먼저 떠올라요. 이 길을 고르면 실망할 얼굴, 저 길을 고르면 서운해할 얼굴. 얼굴들이 저울 위에 하나씩 올라와요. 결정이 무거운 게 아니라 그 표정들이 무거운 거예요.
표현형에게 선택은 혼자만의 일이 되기 어려워요. 자기 빛이 주변을 어떻게 비추는지 늘 감지하며 사는 결이라서, 어떤 결정이든 그 빛이 닿는 자리의 변화까지 함께 계산하게 돼요. 남들보다 변수 하나를 더 들고 고민하는 셈이니 오래 걸리는 게 자연스러워요. 그건 우유부단이 아니라 감도가 높은 거예요. 그리고 바람 앞에서 흔들리는 불꽃을 보고 꺼졌다고 말하지 않아요. 흔들린다는 건 아직 타고 있다는 뜻이에요. 머뭇거림은 마음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몰라요.
오늘 하나만 해봐도 돼요. 종이에 선택지를 적고, 그 옆에 떠오르는 사람들의 표정을 일부러 지운 다음 다시 읽어보는 것. 아무도 실망하지 않는다면 나는 어느 쪽에 서 있고 싶은가, 하고요. 거기서 보이는 답이 정답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내 마음의 원래 방향은 보여요. 그 방향을 한 번 봐두는 것만으로도 흔들림의 폭은 줄어요. 사람들의 표정은 그다음에 다시 데려와도 늦지 않아요. 모두를 밝히는 결정은 없어요. 나를 어둡게 하지 않는 결정이면, 이미 충분히 좋은 선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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