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지하철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오늘도 별일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힘이 하나도 없다. 사실 그 '별일 없음'은 저절로 된 게 아니에요. 당신이 일정을 챙기고, 빈틈을 메우고, 흔들릴 뻔한 것들을 조용히 붙잡아서 만들어진 하루죠. 안정형의 피로는 사건이 아니라 유지에서 와요. 무언가를 터뜨려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터지지 않게 하느라 지치는 거예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몰라요. 당신이 지쳤다는 걸, 어쩌면 당신 자신도 가장 늦게 알아차렸을지도 몰라요.
사람들이 당신 곁에서 안심하는 이유를 생각해 본 적 있나요. 땅 위에 서 있는 사람은 땅을 의식하지 않아요. 흔들리지 않으니까, 늘 거기 있으니까요. 안정형의 결은 그렇게 작동해요. 주변의 흔들림을 소리 없이 흡수하고, 무게가 실려도 내색하지 않는 방식으로요. 그건 약해서 말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받쳐주는 쪽의 오래된 습관이에요. 다만 기억해 둘 게 하나 있어요. 아무리 단단한 바닥도 무게가 쌓이면 조금씩 눌려요. 티가 나지 않는다고 해서 무게가 없는 건 아니라는 것. 그건 당신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사실이에요.
농사를 오래 짓는 사람은 일부러 땅을 쉬게 하는 해를 둔다고 해요. 아무것도 심지 않는 시간이 땅을 망치는 게 아니라 지키는 거죠. 당신에게도 그런 시간이 필요해요. 받치는 일을 잘하는 사람일수록, 받치지 않는 법은 서툴기 마련이니까요. 모든 걸 그만두라는 말이 아니에요. 하루의 끝에 하나만, 꼭 당신이 아니어도 되는 일 하나를 맡지 않아 봐도 돼요. 그 일이 잠시 삐걱거려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아요. 그리고 그 사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내일 다시 받쳐줄 힘이 조금은 돌아올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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