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이야기는 대개 월급과 지출, 즉 흐름의 이야기예요. 그런데 흐름만 보면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는 몰라요. 연봉이 높아도 빚이 더 빨리 늘고 있을 수 있고, 월급이 적어도 조용히 쌓이고 있을 수 있죠. 순자산은 특정 시점에 가진 모든 것에서 갚아야 할 모든 것을 뺀 숫자예요. 속도계가 아니라 지도 위의 현재 위치인 셈이에요. 가계부는 매일 적어야 하지만 순자산표는 1년에 한 번, 넉넉히 잡아도 한 시간이면 돼요. 그래서 가계부에 번번이 실패한 사람에게도 잘 맞아요.
자산 쪽에는 지금 팔거나 찾으면 돈이 되는 것만 넣어요.
부채 쪽은 자산보다 빠뜨리기 쉬워요. 이번 달 카드 결제 예정액, 할부 잔액, 리볼빙과 현금서비스, 마이너스통장 사용액(한도가 아니라 실제 쓴 금액), 신용대출, 학자금,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의 남은 원금, 지인에게 빌린 돈까지 전부 적어요. 흩어진 계좌와 대출을 한 번에 모아 보려면 공식 조회처를 쓰면 편해요. 은행 계좌는 어카운트인포(계좌통합관리), 보험은 내보험찾아줌, 대출과 카드는 금융감독원 파인의 내 금융정보 조회, 그리고 금융앱의 마이데이터 연결도 이 용도로 쓸 수 있어요. 처음 한 번만 모아 두면 다음 해부터는 갱신만 하면 돼요.
자산 합계에서 부채 합계를 빼면 순자산이 나와요. 마이너스가 나와도 놀랄 일은 아니에요 — 학자금과 전세대출을 안고 시작하는 사회초년생은 흔히 그렇고, 중요한 건 그 숫자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느냐예요. 그래서 이 표는 두 번째 해부터 진짜 힘을 발휘해요. 작년 표 옆에 올해 표를 놓고 세 가지만 보세요. 순자산이 늘었는지, 늘었다면 저축 때문인지 자산 가격 때문인지, 부채는 줄고 있는지. 자산 가격이 올라 늘어난 순자산은 내년에 사라질 수 있지만, 저축과 부채 상환으로 늘어난 순자산은 내 것으로 남아요. 이 구분이 되면 "올해 잘했나"에 대한 답이 시세가 아니라 습관에서 나오게 돼요.
완벽한 표를 만들려다 미루는 게 가장 흔한 실패예요. 첫해는 큰 항목 대여섯 개만 적어도 충분해요. 날짜는 매년 같은 때로 정해 두면 비교가 쉬워요 — 연초나 생일처럼 잊기 어려운 날이 좋아요. 순자산이 늘어나는 걸 보는 재미가 붙으면 그때 항목을 늘리면 돼요. 이 한 장이 있으면 다음 결정들이 쉬워져요. 빚이 자산보다 비싸게 늘고 있다면 상환이 먼저이고("빚 갚는 순서" 편), 현금이 너무 많다면 비상금 규모를 정한 뒤 나머지를 어디로 보낼지가 다음 질문이 돼요("월급 통장 쪼개기" 편). 순자산표는 답을 주진 않지만, 어떤 질문을 먼저 해야 하는지를 알려 줘요.
출처·참고: 참고: 어카운트인포(계좌통합관리), 내보험찾아줌, 금융감독원 파인 내 금융정보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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