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치식은 지금 가진 목돈을 한 번에 투자하고 그대로 두는 방식이에요. 적립식은 같은 돈을 예컨대 12개월로 나눠 매달 같은 금액씩 사는 방식이고요. 월급에서 매달 일정액을 투자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적립식이에요. 차이는 단 하나, 시장에 들어가는 시점을 한 번으로 정하느냐 여러 번으로 흩뿌리느냐예요. 이 작은 차이가 결과와 마음 양쪽에서 꽤 다른 경험을 만들어요.
매달 같은 금액을 사면, 값이 쌀 때는 많은 수량을, 비쌀 때는 적은 수량을 사게 돼요. 어떤 자산을 1만 원에 10만 원어치, 5천 원에 10만 원어치 샀다고 하면 각각 10개와 20개, 총 30개를 20만 원에 산 셈이라 평균단가는 약 6,667원이에요. 두 가격의 단순 평균 7,500원보다 낮죠. 싼 날 자동으로 더 많이 사는 구조 덕분에 평균단가가 가격들의 평균보다 낮아지는 거예요. 이걸 흔히 "코스트 애버리징"이라고 불러요. 시장이 한동안 내리다가 회복하는 흐름에서 이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요.
반대로 시장이 꾸준히 오르는 구간에서는 나눠 넣는 동안 아직 안 들어간 돈이 상승을 놓치니, 처음에 다 넣은 거치식이 앞서요. 과거의 긴 기간을 되돌아보면 오르는 해가 내리는 해보다 많았기 때문에, 여러 분석에서 거치식의 평균 성과가 적립식보다 앞섰다는 결과가 알려져 있어요. 다만 이건 "평균적으로"의 이야기이고, 어느 특정 시점에서 어느 쪽이 이길지는 사후에야 알 수 있어요. 적립식이 늘 안전하다는 말도, 거치식이 늘 유리하다는 말도 절반만 맞는 셈이에요.
어느 쪽이 될지 모른다면 기준을 바꿔 보는 게 현실적이에요. 목돈을 한 번에 넣은 직후 시장이 20% 내리면 어떤 기분일지, 나눠 넣는 동안 시장이 20% 올라 버리면 어떤 기분일지를 떠올려 보세요. 전자를 더 견디기 어려운 사람에게 적립식은 "최악을 줄이는 값"으로 약간의 기대수익을 내는 선택이고, 후자가 더 괴로운 사람에게 거치식이 맞아요. 여기서 중요한 건 후회가 크면 중간에 계획을 무너뜨리기 쉽다는 점이에요. 중간에 다 팔아 버리는 것이 두 방식의 차이보다 훨씬 큰 손실을 만들어요. 끝까지 지킬 수 있는 방식이 산수상 조금 불리한 방식보다 대개 결과가 좋아요.
둘 사이의 절충도 흔해요. 절반은 지금 넣고 나머지는 몇 달에 나눠 넣는 식이죠. 최고의 결과는 포기하는 대신 최악의 후회를 줄이는 방식이에요. 어느 쪽을 고르든 공통으로 기억할 것은 세 가지예요. 첫째, 이 선택은 "무엇을 사느냐"보다 훨씬 작은 문제라서 여기서 오래 고민하느라 시작을 미루지 않기. 둘째, 나눠 넣기로 했다면 시장이 오르든 내리든 정한 날짜에 기계적으로 실행하기 — 감으로 미루기 시작하면 적립식의 원리가 사라져요. 셋째, 매달 월급에서 하는 투자는 이미 적립식이니 목돈이 없는 사람은 이 고민을 할 필요조차 없어요.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원리는 "복리와 72의 법칙" 편에서 이어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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